<전시 안내> 25년 2월 15일 - 3월 9일AM 10:30 - PM 6:30*매주 월요일, 화요일 휴관입니다.*무료 관람입니다.[ 찾아오시는 곳 ]강남구 양재천로 191 /동화빌딩1F*주변 공영주차장 이용부탁드립니다. < Half Awake, Half Asleep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시공간 속 수많은 이분법적 개념과 관념들이 얽혀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 내부와 외부, 현실과 환상—이러한 구분은 우리 주변의 사건과 사물들,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익숙하게 사용하는 도구이지만 이 도구들이 과연 본질적으로 실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흔히 이러한 경계들을 명료한 선으로 그리려 함에도 이 세계는 그러한 구분을 쉬이 허용하지 않는다. 경계는 유동적이며 때때로 무의미하고, 어떤 순간에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틈이 되기도 한다. 모나미와 윤상하, 두 작가는 각자의 시각에서 이러한 경계에 접근한다. 이들의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한순간 우리는 완전히 깨어 있지도, 완전히 잠들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는 2월 15일부터 3월 9일까지 클램프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Half Awake, Half Asleep>은 이 흐릿한 경계 속에서 머무는 경험이 될 것이다. MONAMEE, <회피>, 53.0 x 65.3cm, Acrylic on Canvas, 2025 MONAMEE, <얽힘>, 53.5 x 53.5cm, Acrylic on Canvas, 2024 모나미(MONAMEE)의 세계는 감각과 개념이 겹치고 겹치다 투명해지는 지점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은 자신의 얼굴을 손에 들고 바라보거나, 눈동자 속에 들어가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나이도 성별도 그 무엇도 알아볼 수 없는 인물의 모습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해체하여 감각과 인식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상태에 빠져들게 한다. 텅 빈 얼굴과 텅 빈 시계, 어디인지 모를 무대, 부유하는 별과 구름. 그리고 끝없는 바다와 체스판, 별들이 모여 이루고 있는 은하는 그간 우리가 지금을 인식하기 위해 집중하던 시간의 흐름과 장소성을 제거하고 오롯이 모호함 그대로에 집중하게 한다. “단일한 의미 속에서 벗어나 대립면의 경계에 서서 세상을 조망하면 개념적 사고가 만들어낸 장벽이 허물어지게 되고, 순수한 감각으로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된다.” 작가노트 中 현실과 관념이 중첩되는 그곳에서 모나미는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으며, 무엇을 실제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윤상하, <집중> ,72.5x72.5cm, Oil on canvas, 2025 윤상하, <room bug> ,78x78cm, Oil on canvas, 2025 윤상하는 경계를 하나의 놀이처럼 다루어 그것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인식을 뒤흔든다. 그의 회화 속 장면은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마치 꿈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처럼 구성된다. “그것은 이미지의 파편이 가득한 온전히 복구되지 않은 오염된 의식의 세계와도 같다. 나는 그 공간 속에서 의식의 그늘같이, 숨겨진 휴식의 장소를 탐험한다. (작가노트 中)” 그는 자신의 캔버스를 ‘의식의 태피스트리’라고 설명하는데,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것들과는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이곳은 미셸 푸코가 제시한 대안적 반(反) 공간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와도 같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기존의 공간적 질서에서 벗어난 대안적 공간을 뜻하는데, 푸코는 ‘어린아이들은 이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일상 공간 속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곤 했지만 성인이 되면서 그 공간을 망각한다. 그러나 윤상하의 인물들은 여전히 그러한 공간 속에 머문다. 그의 작품 속 몸들은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나 있으며, 무의식과 의식,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지점에 존재한다. 익숙한 듯 낯선 장면들, 선명한 듯 흐릿한 형상들은 ‘반은 깨어 있고, 반은 잠든(Half Awake, Half Asleep)’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모나미와 윤상하가 구축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모호한 경계를 직접 경험하며 새로운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구분들이 사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릿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다. 모나미는 추상적 개념 사이의 틈을 포착하여 인간이 형성한 개념적 경계를 부드럽게 흐리거나 해체하고, 윤상하는 이 경계를 장난스럽게 다루어 그것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임의적으로 구축한 것임을 밝혀낸다. 완전히 잠들지도, 완전히 깨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