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존재 혹은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에서부터 작품의 세계가 창조된다. 시작의 3월, 클램프 갤러리가 개최하는 단체전 《My Love, My Universe》는 대상을 향한 작은 관심에서 비롯하여 무한히 팽창하는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을 소개한다.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저마다의 애정하는 존재를 위해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빚어낸 색색의 우주가 펼쳐진다. 클램프갤러리는 관람객이 이 창의적인 우주를 여행하며 작가들이 구축한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지형낙화(洛花)로 표현하는 순환의 과정인간은 삶 속에서 상승과 하강, 생성과 소멸과 같은 끊임없는 순환을 경험한다. 남지형은 이러한 순환의 과정을 낙화(落花)에 비유한다. 봄철 꽃은 만개하고 열흘에 지나지 않아 져버리지만 바닥에 떨어져 쌓인 꽃잎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즉, 작가는 춤추듯 떨어지는 꽃잎의 형태를 차용한 인체를 통해 우리의 모든 시간, 경험, 행위들은 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문보현익명의 타자들의 표정이 담겨 있는 ‘곰곰이’현대인이란 ‘오늘’이라는 생활환경 속에서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문보현은 자신이 처한 오늘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이 요구된다고 본다. 작가의 주된 관심은 나 자신에서 곧 현대인으로 확장되었으며, ‘곰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실존적으로 불안정한 현대인의 표정을 표현하며 나 혹은 너를 대변하는 익명적 자화상을 그려냈다. 박성모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린 소소한 일상 속 작은 행복꾸밈없이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그린 박성모의 작품은 관습,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과 같은 시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행위로 표현된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며 바쁘게 살아가느라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놓치고 살아가며,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이에 작가는 많은 이들이 소소한 일상 속,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행복을 경험하길 소망한다. 소진선택장애에 걸린 토끼곰토끼곰은 어느 날, 달이 기울어지는 바람에 자다가 땅으로 떨어진 달에 살던 토끼와 그때 마침 숲속에서 꿀을 찾고 있던 곰이 만나 탄생한 돌연변이 캐릭터이다. 소진의 작품에는 토끼곰이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자신이 겪고 있는 선택 장애와 여러 고민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가는 일련의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작가는 단순하고 친근한 모습의 캐릭터인 토끼곰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위로, 동시에 심미적인 만족감을 전달한다. 엘리양우리 삶의 축소판을 담은 또 다른 우주그림은 움직이지 않는 물리적 개체이지만,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펼쳐지곤 한다. 엘리양의 작품 또한 그렇다. 캔버스 위에는 수많은 원형의 문양들이 빛과 함께 수놓아져 있다. 이 점들로 이루어진 형태는 우주와 닮아 끝없는 팽창과 수렴을 반복한다. 작가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자신을 보는 방법을 탐구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통해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여 평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염기현‘생각’을 담은 일기와도 같은 작품염기현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감정, 기억, 그리고 일상의 경험을 수집하여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의 화면에서는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연결되어 형상으로 발전한다. 조합된 형상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풍경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모습들, 여행을 했던 장소나 기억들을 회상하며 우리의 삶 속에 녹아있던 염원이나 소망을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하였다. 윤영혜각자에게 주어진 그릇이 있다윤영혜는 세상에는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허깨비 같은 것들이 있고, 잡으려 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담아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평면 위에 담긴 ‘접시 위의 꽃’은 illusion이지만, 작가에게 이는 헛된 것이 아닌 실재에 대한 ‘약속’과도 같다. 접시 위에 담긴 꽃은 곧 사그라들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완연한 존재였음을 장면으로 확증시키듯 그로 인한 반추는 다시 반복될 앞으로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재승캐릭터와 관객 간의 감정 동화누구나 가족, 연인, 친구, 롤모델 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재승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한 캐릭터의 표정을 통해 사랑의 순간과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전이시키고자 한다. 작가는 관객들이 사랑과 관련된 자신들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림 속 캐릭터와 동화되어 자신의 기억과 기분을 다시금 체험하고, 이 기분을 다른 이들에게 전이시킬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지은‘애완’을 넘어 ‘반려’의 관계로이지은은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작가이다. 무한한 캔버스 공간 속에 반려동물을 대표하는 강아지를 그려, ‘인간과 반려동물의 행복한 공생’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리고 점, 선, 면이 얽혀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우리의 공간을 단순화시켜 캔버스에 옮기자 무한하고도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작가는 이 무한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반려동물과 인간의 행복한 공생을 그려낸다. 잠산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잠산은 자신의 환상을, 그리고 그 환상을 품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림을 재료로 삼았다. 그의 작품 속 ‘소녀’는 마음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찾아낸 작가 자신의 자아이다. 초점 없는 소녀의 눈은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는데, 여기에는 이 눈을 통해 투영되는 관람자의 감정이 담긴다. 잠산의 소녀는 우리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오며 외로움을 넘어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조규훈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린 소녀 조규훈의 작품 속 아이는 얼굴을 가리고 있다. 가려진 얼굴 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이에게 세상은 보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알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얼굴을 가린 아이의 모습에서 여러 감정과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감정을 말해주는 중요한 도구인 표정을 감췄을 때 여백이 생긴다. 그 감정의 여백을 통해 관람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우영‘나’라는 개인은 군중을 이루는 하나의 조각나를 포함한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최우영의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혼자이고 싶어도 혼자일 수 없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한다. 이에 작가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공허, 불안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검은 점의 인간 형상은 나, 너 또는 우리를 대변한다. 최우영은 ‘타인’과 항상 얽혀있는 인간의 관계성을 검은 점의 몸짓에 담는다. 팅키‘꿈깨!’ 라고 말하는 세상에 반대하는 곰돌이 깨꾸미 팅키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건과 개인의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여 키치한 감성의 상징적 요소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의 페르소나 깨꾸미는 자신의 세상에서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작가는 삶의 지표를 향해 어떤 장애물도 담담히 무찌르고 스스로가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깨꾸미가 그 여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냈다.